인간은 태초에서 21세기 하이테크시대에 이르기까지 무한 불변의 영원한 것을 찾아 자연을 모방하며 시간적 공간적 흐름을 쫓아 왔다. 李 姃恩, 그는 작품을 통해 생명체의 실존적 양상을 시간의 흐름 속에 밀어 넣어 때로는 정지, 때로는 거꾸로 돌리며 현대 매체의 특성과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며 자신의 정체성 Identity 을 구축하여 왔다. 하이테크 특유의 비물질성을 디지털 프린팅 과정을 통해 물질화시키고, 매체의 속성인 감성의 건조, 건조한 감성을 전통 회화를 떠올리는 붓놀림으로 상쇄하고 있다. Oil on canvas 가 극복하지 못한 시공간의 한계성을 뛰어 넘어 자유롭고 거침없이 IT의 속성을 전통 회화와 혼돈되는 손놀림을 통해 안착시켜 나간다. 마우스 터치의 정교한 정확성은 전통 회화의 향수를 자아내며 회화적 공간 속에 녹아 들게 하여 화면은 풍요롭게 안정된다.
작품들은 수묵화같이 담백하고 유려한 붓자국으로 무한 공간 속을 생명체들이 전진하는데 붓으로 그린 것 같지만 마우스로 그려 붓이 마우스가 되고 마우스가 붓이 되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간결한 형상들과 수묵 공간, 마우스의 행위, 흐름과 정지가 굳이 J. Derrida 를 거명하지 않더라도 이분법적 경계가 해체되어 하나가 되어버렸다. 움직임을 통해서 존재를 들어내던 생명체의 모습들이 나열되면서 시간의 흐름은 한순간 정지하게 된다.
F. de Saussure가 지시 대상과 기표, 기의의 물질적 관계를 무너뜨린 것처럼 시간을 현현(顯現)시키기 위하여 재현하였지만 이미 시간은 정지되어 경계를 넘어 다른 알레고리가 되면서 직접적 서술은 비껴간다. 궁극은 은유적 메타포로 마우스 드로잉이 자연을 함축한 선들과 형상을 이루고 또 하나의 실존을 형성할 때 화면의 공간은 아련한 감성을 자극한다. 지극히 논리적인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무한 공간을 연출하고 움직임을 은유하며 생명체의 에너지로 연결시키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그의 작품들은 벽화에서 회화 따블로, 디지털 아트의 비물질성은 물질로 환원된다.
이미 붓이 되어버린 마우스를 통해 아련한 전통을 연출하고 전통은 하이테크를 구현하며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여기에 그의 작품을 존재하는 이유가 된다. |